
저도 60대 중반이 되고 나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예전처럼 술이 안 받는다는 걸요. 40대 때만 해도 소주 한 병 정도는 가볍게 마시고 다음 날 출근했는데, 요즘은 반 병만 마셔도 이틀은 끌어야 합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이제 나이가 나이니까 조심해야지"라는 말을 주고받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예전보다 높게 나온 뒤로는 더욱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약도 매일 먹는 마당에 술까지 마시면 몸이 얼마나 버틸지 걱정이 되더군요.
나이 들면 간이 달라진다
저는 솔직히 젊었을 때는 간 기능이 떨어진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나이 먹으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같은 양을 마셔도 다음 날 컨디션이 완전히 다릅니다.
간은 우리 몸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핵심 장기입니다. 여기서 알코올 분해란 술에 들어 있는 에탄올을 무해한 물질로 바꿔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65세가 넘어가면 이 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젊을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출처: 대한 간학회). 쉽게 말해 40대 때 소주 한 잔이 주던 부담과 70대에 소주 한 잔이 주는 부담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실제로 제 경험을 돌아보면 이게 딱 맞아떨어집니다. 예전에는 저녁에 소주 한 병 마시고 다음 날 아침 해장국 한 그릇이면 거뜬했는데, 요즘은 반 병만 마셔도 이틀은 몸이 무겁습니다. 간이 알코올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졌으니 당연한 결과죠.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왕년에 나는 소주 두 병도 문제없었어"라며 여전히 젊을 때 습관대로 마십니다. 몸은 70대인데 음주 습관만 30대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약과 술이 만나면 생기는 일
여기서부터가 정말 중요합니다. 저도 혈압약을 하루도 빠짐없이 먹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술 드실 때 조심하세요"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건강을 위한 일반적인 조언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약과 술이 만나면 우리 몸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약과 알코올은 둘 다 간에서 분해됩니다. 그런데 나이 든 간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처리하려고 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혈압약을 드시는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혈압약과 술이 만나면 혈관이 과하게 확장되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제 지인 한 분은 혈압약 먹고 저녁에 소주 두 잔을 마셨다가 갑자기 어지러워서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그때 옆에 사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당뇨약을 드시는 분들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당뇨약과 술이 만나면 저혈당 상태가 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저혈당이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정상보다 낮아진 상태를 말하는데, 이렇게 되면 식은땀이 나고 손이 떨리며 심하면 의식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특히 혼자 사시는 분들은 밤에 이런 증상이 오면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당뇨약 복용 중 음주는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진통제나 관절약을 드시면서 술을 마시는 것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진통제는 위장 점막을 약하게 만들 수 있는데, 거기에 알코올까지 더해지면 위 건강에 이중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한때 무릎이 아파서 진통제를 먹었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께서 "술은 절대 드시지 마세요"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셨습니다.
막걸리는 정말 건강주일까
많은 분들이 막걸리를 건강식품처럼 생각합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유산균도 많고 발효주라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소주 대신 막걸리로 바꿔 마신 적이 있었죠. 그런데 막걸리를 마신 다음 날이 오히려 소주 마셨을 때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메스껍고, 하루 종일 몽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막걸리 같은 발효주에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코올이 분해될 때 생기는 중간 부산물인데, 쉽게 말해 숙취를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증류주인 소주는 끓이는 과정에서 이런 불순물이 어느 정도 날아가지만, 발효주인 막걸리는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WHO에서는 이 물질을 1급 발암 물질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유산균 몇 마리 섭취하겠다고 숙취 독소를 사발째 들이붓고 있었던 셈일 수 있습니다. 유산균이 필요하다면 그냥 요구르트 하나 마시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게다가 막걸리는 쌀로 만들기 때문에 탄수화물 함량도 높습니다. 혈당 관리가 중요한 나이에 액체로 된 밥을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제 경험상 막걸리를 자주 마신 시기에 혈당 수치가 올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술을 마셔야 한다면
완전히 끊으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저도 친구들 만나서 한두 잔 기울이는 게 삶의 작은 낙이니까요. 고독하게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적당히 마시는 게 정신 건강에는 나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원칙만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째, 물을 많이 마십니다. 술 한 잔 마실 때 물 두 잔을 함께 마시면 알코올을 희석하고 몸 밖으로 빨리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지만, 그게 바로 몸이 부담스러운 것들을 빼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물을 충분히 마신 날은 다음 날 숙취가 훨씬 덜했습니다.
둘째, 빈속에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알코올이 위벽을 직접 자극하고 흡수 속도도 빨라집니다. 저는 술자리 전에 두부나 계란 같은 단백질 음식을 먼저 먹습니다. 위벽에 보호막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셋째, 약 먹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과 술이 만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친구들에게 "오늘은 약 먹어서 건배만 할게"라고 하면 됩니다. 그게 창피한 게 아니라 자기 몸을 지킬 줄 아는 지혜입니다.
술을 완전히 끊으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몸 상태를 인정하고, 그에 맞춰 음주 습관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저도 여전히 친구들과 만나면 한두 잔 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습니다.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대화를 즐기는 게 진짜 품격 있는 음주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술잔은 비우되 건강과 행복은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