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운동해도 정작 중요한 근육 하나는 빠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반기저근이라는 근육인데, 저도 30대 중반까지는 이 근육이 뭔지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저 나이 탓이려니 생각했던 여러 불편함들이 사실은 이 근육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골반기저근이란 무엇인가
골반기저근은 코어 근육(Core Muscle) 중에서도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근육층입니다. 여기서 코어 근육이란 몸통의 중심부를 안정시키는 근육 그룹을 의미합니다. 횡격막, 복횡근, 다열근과 함께 4대 코어 근육으로 분류되는데, 골반기저근은 말 그대로 골반 바닥을 이루는 근육입니다.
해부학적으로는 치골미골근, 장미골근, 좌골미골근 세 가지 근육을 합쳐서 부르는 명칭입니다. 골반에 있는 구멍을 막고 있는 형태로, 장기가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출산 시 아기가 통과하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이 근육이 골반강을 단단히 막아 복압(腹壓)을 유지합니다.
복압이란 배 안쪽의 압력을 뜻하는데, 이 압력이 적절히 유지되어야 허리와 척추가 안정됩니다. 골반기저근이 약해지면 복압 조절이 어려워지고, 결국 허리 통증이나 자세 불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오래 앉아 있는 날이면 꼬리뼈 주변이 뻐근했던 적이 많았는데, 골반기저근을 인지하고 나서는 그 불편함이 많이 줄었습니다.
골반기저근이 약해지는 이유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습관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골반기저근을 계속 눌러서 쿠션이 찌그러지듯 근육이 변형되는 겁니다. 저도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이 근육이 계속 압박받고 있었던 셈입니다. 근육을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뇌가 그 근육 쓰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골반기저근에 큰 부담이 가해집니다. 태아의 무게를 지탱하고, 출산 시 근육이 늘어나면서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남성도 예외는 아닙니다. 습관적으로 배에 힘을 주는 분들, 특히 배가 나온 게 싫어서 배를 홀쭉하게 당기는 습관이 있으면 골반기저근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집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벨트를 차는 습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벨트를 차면 옆구리 쪽 복횡근의 기능이 약화되고, 압력이 위아래로만 집중됩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횡격막은 갈비뼈가 받쳐주지만, 골반기저근은 아래쪽에 받쳐줄 구조가 없어서 압력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제가 20대 후반에 헬스를 열심히 했을 때도 벨트를 거의 매번 찼는데, 그때는 이런 부작용을 전혀 몰랐습니다.
골반기저근 약화로 나타나는 증상
골반기저근이 약해지면 여러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깁니다. 대표적인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막상 배뇨 시 시원하게 나오지 않음
- 변실금 또는 쾌변이 어려워짐
- 성생활 시 발기력 저하나 감각 저하
- 허리 통증, 특히 꼬리뼈 주변 통증
- 운동 중 중심 잡기 어렵고 코어에 힘이 풀리는 느낌
골반기저근은 요도와 직장을 둘러싸고 있어 배뇨·배변을 조절하는 밸브 역할을 합니다. 이 밸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요실금(尿失禁)이 생기거나, 반대로 배뇨가 시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기능 문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음경으로 들어오는 혈류를 이 근육이 잡아줘야 발기력이 유지되는데, 근육이 약하면 혈류가 새어 나가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뇨의학회).
제 경험상 골반기저근을 인지하기 전에는 운동할 때 중심을 잡는 게 어렵다고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스쾃나 데드리프트처럼 코어 안정성이 중요한 동작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복압을 제대로 못 잡으니 무게를 늘리기도 어렵고, 자세도 흔들렸습니다.
골반기저근 운동법
골반기저근을 훈련하려면 먼저 이 근육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토닝볼이나 말랑한 쿠션을 골반 아래 깔고 앉으면 근육 위치를 느끼기 쉽습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이 내려가면서 골반기저근도 함께 내려가 공을 더 세게 누르는 느낌이 듭니다. 숨을 내쉴 때는 압력이 줄어듭니다.
케겔운동(Kegel Exercise)이 대표적인 골반기저근 훈련법입니다. 케겔운동이란 골반기저근을 의식적으로 수축·이완하는 운동으로, 1940년대 산부인과 의사 아널드 케겔이 개발했습니다. 배뇨를 참듯이 골반기저근에 힘을 주고, 다시 풀기를 반복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케겔운동은 치골미골근 위주로 작용해 한계가 있습니다. 세 가지 근육을 모두 활성화하려면 호흡과 연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손으로 벌려 골반기저근을 늘린 상태로 시작합니다. 호흡을 들이마실 때 골반기저근이 내려가는 걸 느끼고, 숨을 내쉴 때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걸 인지합니다. 이 과정을 20회 정도 반복하면 골반 아래쪽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을 처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운동을 했을 때 소변이 약간 마려운 느낌이 들었는데, 이게 골반기저근이 제대로 자극되었다는 신호였습니다.
난이도를 높이려면 상체를 들어 복부에 압력을 더하거나, 한쪽 다리를 내려 골반을 비대칭으로 만들어 훈련할 수 있습니다. 폼롤러를 꼬리뼈 아래 받쳐 중력을 이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처음에는 근육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점차 일상 동작이나 운동 중에 골반기저근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단계로 발전시키면 됩니다.
골반기저근을 제대로 인지하고 나면 몸 전체의 안정감이 달라집니다. 저는 이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허리 통증이 줄었고, 무거운 중량을 들 때도 중심을 훨씬 잘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몇 주 지속하니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골반기저근은 한 번 약해지면 저절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훈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10분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하니, 허리 통증이나 배뇨 문제로 고민이시라면 한번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